
물리학에서 가장 깨뜨릴 수 없는 절대 법칙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선언한 '우주에서 그 어떤 물질도 빛의 속도(c ≈ 초속 30만 km)를 넘어설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현대 천문학의 관측 데이터는 기괴한 모순을 던집니다. 지구에서 약 140억 광년 이상 떨어진 먼 우주의 은하들은 초속 30만 km를 훌쩍 넘어 초속 수십만~수백만 km의 '초광속(Superluminal)'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물리 법칙을 위반하지 않고 버젓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우주론에서 말하는 후퇴 속도는 같은 우주 시간에 정의한 먼 은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뜻합니다. 이 값은 c보다 클 수 있지만, 은하가 바로 옆 관찰자를 광속보다 빠르게 추월하는 국소 운동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거리와 속도를 어떤 방식으로 정의했는지가 중요합니다.
| 구분 항목 | 특수상대성이론의 운동 (국소 속도, Peculiar Velocity) | 일반상대성이론의 후퇴 (우주 팽창 속도, Recession Velocity) |
|---|---|---|
| 속도의 정의 | 정지된 공간 격자 위에서 물체가 위치를 바꾸는 속도 | 은하 사이의 시공간 격자 자체가 늘어나는 비율 (v = H × D) |
| 광속 한계 (c) 적용 여부 | 절대적 적용: 어떠한 물질도 광속(c) 도달 불가 | 제한 없음: 거리에 비례하여 광속의 수 배까지 무한 증가 가능 |
| 정보 전달 가능 여부 | 물질 및 신호가 공간을 통과해 전달됨 | 두 은하가 각자의 국소 공간에서는 거의 정지 상태임 |
| 발생하는 물리 현상 | 도플러 적색편이 (Doppler Redshift) | 우주론적 적색편이 (Cosmological Redshift, 파장 신장) |
| 경계 기준선 | 빛의 원뿔 (Light Cone) | 허블 구 (Hubble Sphere, v = c 경계선, 약 140억 광년) |
허블-르메트르 법칙: 거리가 멀수록 팽창은 누적된다
르메트르는 1927년 팽창 우주 모형과 관측 자료의 관계를 논의했고, 허블은 1929년 은하의 거리와 후퇴 자료 사이의 관계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오늘날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두 사람이 1929년에 공동으로 같은 논문을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후퇴 속도 (v) = H₀ × D (거리)
여기서 H₀는 우주의 현재 팽창률을 나타내는 허블 상수(Hubble Constant, 약 70 km/s/Mpc)입니다. 1 메가파섹(1 Mpc = 약 326만 광년)은 은하 간 거리를 재는 단위로, "지구에서 326만 광년 멀어질 때마다 공간의 팽창 속도가 초속 70 km씩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이 법칙의 핵심은 속도가 거리에 완벽하게 정비례하여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 100 Mpc (약 3억 2,600만 광년) 거리: 후퇴 속도는 70 × 100 = 초속 7,000 km입니다.
- 1,000 Mpc (약 32억 6,000만 광년) 거리: 후퇴 속도는 70 × 1,000 = 초속 70,000 km로 빨라집니다.
- 4,285 Mpc (약 140억 광년) 거리: 후퇴 속도는 70 × 4,285 ≈ 초속 300,000 km (진공 속 광속 c)에 정확히 도달합니다.
- 5,000 Mpc (약 163억 광년) 거리: 후퇴 속도는 70 × 5,000 = 초속 350,000 km로, 빛의 속도를 가볍게 추월합니다.
빵 반죽 속에 건포도를 넣고 오븐에 구우면 반죽 전체가 부풀어 오르듯, 건포도(은하)들이 반죽 위를 기어 다니지 않아도 건포도 사이의 간격은 거리가 멀수록 엄청난 속도로 벌어집니다. 은하들은 자기 자리의 국소 공간에서는 시속 수백 km 수준으로 조용히 맴돌고 있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수십억 광년의 공간 거품들이 한꺼번에 부풀어 오르면서 전체 상대 거리가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것입니다.
허블 구(Hubble Sphere): 빛의 속도로 멀어지는 경계선
천문학에서는 후퇴 속도가 빛의 속도와 정확히 같아지는 거리(D = c / H₀)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형 경계면을 '허블 구(Hubble Sphere)'라고 부릅니다.

현재 허블 상수를 약 70 km/s/Mpc로 계산했을 때 허블 구의 반지름은 약 140억~144억 광년입니다. 이 경계선 바깥에 있는 모든 은하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를 기준으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대중적인 오해가 있습니다. "허블 구 너머의 은하가 빛보다 빠르게 멀어진다면, 그 은하가 뿜어낸 빛은 우리에게 영원히 도달하지 못해 밤하늘에서 영영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놀랍게도 우리는 허블 구 바깥에서 출발한 은하의 빛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망원경으로 아주 선명하게 관측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하는 적색편이 z = 10 이상의 초기 은하들은 방출 당시 이미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던 천체들입니다.
역풍을 뚫고 오는 빛: 어떻게 초광속 은하가 보일까?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은하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할 수 있는 비결은 '우주의 팽창률(허블 매개변수 H)이 시간에 따라 변해왔기 때문'입니다.

빛은 언제나 자신이 속한 국소 공간에서 광속(c)으로 앞으로 헤엄칩니다. 초광속으로 멀어지는 은하에서 출발한 광자는 초기에는 공간 팽창이라는 거대한 역풍에 밀려 우리로부터의 절대 거리가 한동안 뒤로 밀려납니다. 러닝머신이 시속 15km로 뒤로 도는데 주자가 시속 10km로 앞으로 달리는 상황과 같습니다.
허블 매개변수 H는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는 단위 거리에 대한 팽창률이며 단위 부피당 비율이 아닙니다. 허블 반지름 c/H도 변하므로, 어떤 빛이 출발 당시 허블 구 바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고 결론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먼 은하에서 지금 출발한 빛이 우리에게 오는 것도 아닙니다.
우주론적 적색편이: 빛이 지친 것이 아니라 공간이 늘어났다
이렇게 수십억 광년의 팽창하는 공간을 통과해 날아온 빛은 출발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구에 도착합니다. 바로 '우주론적 적색편이(Cosmological Redshift)'입니다.
일상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 때 음파가 늘어지는 현상은 공기 속을 달리는 음원의 '도플러 효과'입니다. 그러나 은하의 빛은 은하가 달려서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광자가 수십억 년 동안 진공 공간을 날아오는 동안, 빛이 지나쳐 온 시공간 격자 자체가 2배, 5배, 10배로 늘어나면서 광자의 파장 역시 공간과 똑같은 비율로 잡아 늘려진 것입니다.
원래 뜨거운 자외선으로 출발했던 빛이 지구에 도착할 때는 가시광선을 지나 파장이 길고 붉은 적외선으로 늘어지게 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금빛 거울을 달고 '적외선' 영역만을 집중적으로 관측하도록 설계된 이유가 바로 이 우주 팽창의 공간 늘어남을 정밀하게 역추적하기 위함입니다.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은하들의 질주.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파괴하는 오류가 아니라, 물질의 운동을 규정하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시공간 자체의 유연한 기하학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경이로운 증거입니다. 은하는 단 한 번도 빛의 속도를 추월해 달린 적이 없으며, 오직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시공간을 펼쳐내고 있을 뿐입니다.
자료 근거
- Davis, Tamara M. & Lineweaver, Charles H. (2004) 『Expanding Confusion: common misconceptions of cosmological horizons and the superluminal expansion of the Universe』 — 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 Vol. 21: 허블 구(Hubble Sphere) 밖 초광속 후퇴 은하의 광자 도달 메커니즘 및 지평선 오개념 교정 표준 논문.
- NASA LAMBDA (Legacy Archive for Microwave Background Data Analysis) — 『The Hubble Constant and Cosmological Distance-Redshift Relations』: 허블 매개변수(H₀ ≈ 70 km/s/Mpc) 및 거리-후퇴속도 정밀 데이터.
- Hubble, Edwin (1929) 『A Relation between Distance and Radial Velocity among Extra-Galactic Nebulae』 — PNAS, Vol. 15: 허블-르메트르 법칙 1차 사료.
- Max Planck Institute for Gravitational Physics (Albert Einstein Institute) — 『The Speed of Light and Cosmic Expansion in General Relativity』: 국소 관성계 특수상대론적 광속 한계와 FLRW 계량 팽창의 물리학적 구별 공식 해설.
- Carroll, Sean (2019) 『Spacetime and Geometry: An Introduction to General Relativity』 — Cambridge University Press: 프리드만 방정식, 척도인자 a(t) 및 우주론적 적색편이(1+z = a0/a) 수학적 유도 교과서.